가을이 무르익는 어느 날! 속리산길을 드라이브 하고 있었다.
말티고개를 지나고 있을 때 갑자기,우두둑 우두둑 바람에 못이겨 떨어지는 도토리가
비탈길을 굴러내려가기 시작했다. 여보! 차좀 세워봐요!!!
한쪽에 차를 세워두고 길을 따라 도토리를 주웠다. 제법 많았다. 그리고 시월 어느 멋진 날에
그이와 나는 일부러 그 곳을 향해 떠났다. 조금 더 채워져야 묵을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.
근처에 가까운 어느 동네앞을 막 벗어나려는데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 도토리를 보고 멈췄다.
옆 동산을 바라보니 아주 오래된 도토리 나무가 버티고 있었다. 올커니!
신나게 언덕 작은 동산으로 올라갔다. 바람이 불었다. 알밤만한 도토리가 우두둑우두둑 정신없이 떨어졌다.
내 머리도 툭치고 등도 툭치고 순식간에 비닐봉지에 가득찼다.
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오늘은 그만! 하고 내려왔다. 처음으로 이렇게 많이 주웠다. 묵은 동생이 준 앙금으로
몇 년 전에 끓여 보구 직접해 본일도 본 일도 없다. 걱정 말라 큰 소리는 쳤지만, 묵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
참 복잡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금은 걱정되었다. 우리는 잘 말려서 일일이 껍질을 깠다. 주울때는 좋았지만
껍질 까는일도 만만치 않았다. 몇 날 며칠을 틈틈이 까서 방앗간에 가서 곱게 빻았다. 그리구 고운 도토리 가루에
소금을 조금 넣고 물을 흠뻑 부어 촘촘한 자루에 부어 열심히 치댔다. 주물주물 팔이 아팠다.
그러기를 여러번 반복,또 반복하여 그 물을 큰 다라에 부어 놓았다. 앙금이 갈아 앉으면 윗물을 따르고 새물을 부어 또 갈아
앉히고,
어느정도 맑은 물이 나왔을 때 물을 조심이 따라 내고 앙금을 먹을 만큼 봉지 봉지에 넣어 냉동시켰다.
그리고 먹고 싶을 때 끓여서 묵을 만들었다. 하지만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다.
물 맞추기도 힘들었지만, 끓이는 일은 더 힘들었다. 출렁이던 물이 줄어들고 도토리 녹말가루가 쫀득해 질때까지
계속 저어야 했다. 물의 양이 넘치면 묽고 물의 양이 적으면 너무 되어서 그렇고, 하지만 그런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.
요리 해 먹는 것도 나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. 묽으면 수저로 떠 먹고 너무 되면 살짝 전 부치듯이 해 먹으니
점말 별미다. 스테이크 못지 않게. 그렇게 만든 묵은 나눠먹는 재미도 있었다.
그렇게 한해가 가고 다시 가을이 왔다. 그 묵의 맛을 못잊어 다시 그곳을 찾았다. 그런데 웬걸!
우리가 늦은 건지 해갈이를 한건지 도토리 구경을 할 수 가 없었다. 올해는 틀렸구나 했는데 큰 손녀 로아가
추석 명절에 시골 할아버지 댁을 다녀오더니 뒷동산에서 주웠다고 한되박이나 가져왔다.
외할머니가 엄청 좋아 하실거라며! 방앗간 까지는 못가드래도 믹서에 갈아서 라도 묵한모를 만들어야 할 것같다
지금 물에 잘 담가놓고 그이와 실갱이다. 너무 적고 벌레가 다 먹었으니 버리자! 조금이라도 만들어보자~~
그런 가을이 깊어간다. 묵을 만들면 무슨 그림을 넣을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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